문화칼럼
American Indian의 岩刻畵
이정면 상임고문 (유타대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서부지방 특히 유타, 아리조나 그리고 캘리포니아 등에는 American Indian들이 새겨 놓은 암각화(岩 刻畵/Rock Art/Petroglyph)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유타주의 암각화수가 수천에 달하며 Uinta Basin, Price, Capital Reef National Park, Moab 등지에 있는 암각화는 조사와 구경을 위하여 가 볼만한 곳이다.
이런 암각화는 대개 강변 물가에 있는 바위나 그들의 사냥터 부근에 있는 바위 또는 절벽 위에 새겨 놓았다. American Indian 들은 그들의 생활 주변에 이와 같은 암각화를 많이 새겨 놓았다. 이 암각화를 새기는데 있어서는 흔히 예리한 돌로 좋아 새겼 다. 그리고 거기에 새긴 대상도 여러 가지였다. 즉 사람, 배, 사슴, 산양, 고래, 뱀 등 여러 가지다. 이와 같이 새겨진 대상들도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와 환경에 따라 선택되었던 것 같다.
암각화의 분포를 보면 Scandinavia 제국(諸國), Russia, Alps계곡, 동북아 등지이며 한국에서도 여러 곳 발견되었다. 그 중 에서도 1970년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岩刻畵-경상남도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가 유명하다. 거기에는 사슴, 산양, 멧 돼지, 범, 고래 그리고 동물군이 새겨져 있다. 이 반구대의 암각화는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때에는 암각 화가 강물 속에 감추어져 있었으나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강물이 갈수기로 인해 말라져 있어서 암각화 전체를 상세히 볼 수 가 있었다.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왜? 무엇 때문에 암각화를 새겼을까? 이것은 구석기 시대로부터 신석기, 청동기 그리고 철기시대를 거 쳐 새겨진 것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한 '양식' 얻기에 바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동물과는 달라 인 간이 가지고 있는 '힘' 이외에 그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다고 보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의사 를 전달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그들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잡은 동물을 제물로 바치며 의례를 치르고 노 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이와 같은 행위와 의사를 영원히 간직코자 오래도록 영속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위에 그림을 새겨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암벽에 그림을 새긴 선사인들은 실재하는 인물, 동물 기타를 모델로 삼았다. 그들은 모 델의 모양과 형태와는 관계없이 모델을 통하여 야기된 자기들의 감정을 표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암각화의 하나의 선, 하나의 점은 선사인들의 감정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상(表象)이요 표현(表現)이었다. 또한 암각화에 나타난 선이나 점은 American Indian의 심성이 반영된 것이고 상상의 표현인 것 같다. 이와 같은 암각화에 대한 학설은 시대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누어 져 있다.
구석기 시대의 경우 암각화의 제작동기, 제작방법 등을 고려하여 ▶첫째, 암각화는 단순한 예술품(藝術品)으로 보는 견해 ▶ 둘째, Totem 신앙의 산물로 보는 견해 ▶셋째, 감응 주술로 보는 견해 ▶넷째, 풍요와 생산을 기원하는 결과라고 보는 견해 등이 있다.
요컨대 미국 서부지방 특히 유타주 각지에 있는 암각화, 거기에 새겨져 있는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고 나아가 구주(歐洲), 아 시아 그리고 북미대륙에 있는 암각화를 비교 조사하므로 서 문화의 전파와 인류이동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는 것은 뜻있는 일 이라고 본다.
Mckee-Spring Wash / Colorado-Utah
1996년 7월5일 필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