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atch 산책 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그러나 이 세상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모다. 가령 그 부모가 남의 부모보다 못나고 돈이 없고 지위도 없다 치자. 그래서 언제나 우리 부모가 세상 제일 가는 부자고 세상 제일 높은 사람이고 세상 제일 잘난 사 람이기를 바랐다 치자. 그러나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부모다.

그 부모란 아무리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업신여김을 당한다해도 자식을 위해서는 자기 목숨을 아깝다 않을 그런 분들이다. 부모는 자식이 밥을 안 먹어도 걱정을 하고 먼길을 떠나도 걱정을 하고 몸이 조금만 아파도 잠을 이루지 못하며 자식 곁을 지키신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건강하기를 바라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자식이 잘 살기만 을 바라신다.

부모가 그렇게 바라시는 데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당신의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하기 위 해서도 아니고 자식 덕에 호강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이렇게 써 있다. "내 목숨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할 것을 바라시고, 내 죽은 뒤에는 자식 의 몸을 지킬 것을 바라신다"

또 부모의 은혜를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수미산(須彌山)을 백번 천번 돌아서 가죽이 터져 뼈가 드러나고, 뼈가 닳아 골수가 드러난다 해도 오히려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을 수가 없느니라."

5월과 6월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가정이 무려 세 가정이나 된다. '어버이의 달'이라서 인지 더욱 마음이 서글퍼진 다.

5월28일에 지영남씨의 모친 황순이 어머니가 소천 하셨다. 향년 80세로 남들은 호상이라고 하지만 자식들의 마음은 어 찌 슬프고 좀 더 못한 아쉬움이 복받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세아들과 두딸 그리고 10여명의 손주들을 두고 세상을 떠 나셨다. 30일 장례식에는 우리 한인사회 원로들이 거의 참석, 가족 친지 등 200여 조객이 참석했다. 교포사회에 보기 드문 큰 장례식이었다.

지영남씨의 평소에 말없이 꾸준히 한인사회에 봉사를 해왔고 충실하게 살아온 그의 삶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6월10일에는 유정구옹이 향년67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고 유정구옹은 한국에서 한평생을 살아오신 중국인이다. 그는 공산주의가 싫어서 남한으로 내려와 한의원을 경영하면서 언론인으로, 교육가로, 정치인으로 한국 화교사회 발전을 위해 공로가 참으로 많으신 인사이다.

유타주에 오신지는 1년여 되지만 고인의 차남 유항량씨와 삼남 유항희씨는 오래 전부터 이곳 유타에서 중화요리 [호남원]을 경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과 결혼하였다. 14일 장례식에는 가족친지 교포등 1백여 조객 이 참석했다.

또한 6월10일 이경희 자매가 남편도 일찍이 잃고 어린 삼남매를 데리고 살아오다가 간경화증으로 투병하다가 어린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12일 동양선교교회 교우들과 친지 및 교민들이 모여 장례(화장)식을 마쳤다.

살아 계신 부모님을 잘 모셔야겠다.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깊이 고개 숙여 빈다.

(이봉복 - 유타 코리아나 97년 7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5

돈은 좋은 종이지만 가장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간디가 급히 올라탔다. 그 순간 그의 신발 한짝이 벗겨져 플랫홈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간디는 그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 한짝을 벗어 그 옆 에 떨어 뜨렷다. 동행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묻자 간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제대로 갖게되지 않았습니까"

가슴이 뭉클하도록 훈훈한 얘기 한 토막 더 -

10대 시절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러 갔을 때 일이다. 마침 우리 앞에는 8명의 자녀를 거느린 부부가 줄을 서 있었다. 흥분한 목소리의 대화로 봐서 그들은 부자도 아니고 서커스 구경도 처음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차례가 되어 매표소에 입장료를 물어보던 남자는 순간 절망적인 얼굴로 바뀌면서 입술을 가늘게 떨었다.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이때였다. 우리 아버지가 말없이 20달러 지폐를 바닥에 떨어 뜨렷다. 그런 다음 우리 아버지는 그것을 다시 주워들고 그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 당신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 차렸다. 그리고 20달러 지폐를 꼭 움켜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고맙소. 이건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 가지고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서커스 구경은 못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에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세척제 같은 신선한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보다 큰 가치인지 사리분별이 분명하고 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이런 따듯한 마음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면 아마도 고국의 사정도 저토록 만신창이가 되도록 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감옥에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재물이나 권력이 많다고 훌륭한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적게 가져도 값어치 있게 잘 쓰면 삶은 풍요로워 진다.

"돈은 가장 좋은 종이지만 가장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 라는 말이 있다.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필요 한 사람과, 꼭 필요한 사람, 그 돈이 아니면 집안이 거덜나거나 사업이 문 닫게 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돈에 목을 매단 사람을 천하를 돌고 도는 돈은 왠지 기피한다.
우리 동포사회에서 그토록 먹을 것이 없어서 돈을 필요로 하는 이는 없다. 요즘 돈을 보고 놀음장을 드나드는 우리 동포들이 상당히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놀음의 끝장은 반드시 가정과 사회 그리고 인생을 끝장내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신선한 골프장에서도 처음은 장난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제법 큰돈이 오고 간다는 얘기 또한 경계해야 될 일이다.

(이봉복 - 유타 코리아나 97년 8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6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습도감지기는 기계가 아닌 짚신벌레다. 짚신벌레는 몸의 표피에 현대과학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1백여 개의 고감도 습도감지 돌기가 달려있다고 한다.

폭풍우를 예보하는 첨단전자장치를 만든 러시아도 해파리의 귀에 달린 신경종말기관 원리를 이용해 개발했다.

곤충과 새의 본능적인 기상예측 감각이 전쟁에 이용된 사례도 있다.

2백년전 네덜란드를 침공했던 프랑스군의 사령관은 거미가 갑자기 줄을 다시 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날씨와 젖은 도 로 장애 때문에 내렸던 퇴각명령을 번복, 공격했다. 군사학의 지식보다 하찮은 벌레의 생태 같은 어릴 적의 자연학습 지 식이 전술에 더 유용하게 원용된 예다.

동식물의 많은 초능력 중에서는 비단 날씨뿐 아니라 지진과 화산폭발을 예견해 내는 힘도 있다.

전 세계에 지진관측소는 매5분마다 한번씩 연간 10만건의 지진을 관측해 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 여유를 두고 예보했 음에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었다. 과학의 힘으로 재난을 구할 수 있는 예보효과는 동식물의 감각이 예측해 주는 빠른 예보효과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어떠한 지진 관측장치도 깊은 진원(최고 지하 600~700㎞)에서 발생되는 지진의 예측이나 조기탐색이 불가능하지만 심해 어와 해파리만은 상당히 앞선 시간에 태풍이나 지진을 감지한다는 연구도 있다.

2백90여년전 카리브해의 한 화산이 폭발했을 때 폐허가 된 도시에서 3만명의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가 시체로 발견됐 던 기록이 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외에 다른 새와 짐승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사결과 화산폭발 징후가 있던 1개월 전에 이미 새와 짐승들은 '피난'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바지역 화산의 경사면에 핀다는 앵초의 일종인 지진화(地震花)는 화산 폭발 전에만 핀다는데 주민들은 이 꽃이 피면 즉각 퇴거한다. 물론 한번도 예보가 빗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0개를 동시에 터트릴 정도의 위력을 보이는 지진의 거대한 힘도 위대하지만 한 떨기 꽃을 피움으로써 폭발을 알려주는 연약한 앵초 꽃의 신비한 힘 또한 분명 위대한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곤충과 새 한 마리, 들꽃 한 포기에서도 신이 내려준 능력과 신비가 있음을 아니 볼 수가 없다. 그 러나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은 단 한치의 앞가름도 못한다.

지난 8월11일 동양선교교회 학생들이 수양회를 가던 도중 타이어의 파열로 밴이 굴러 한상희양이 사망하고 차에 타고 있던 모든 학생들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약 20분전에 개스도 넣고 운전도 교대하고 목적지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있 었다. 그러나 사고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견이나 예감을 주시지는 않는다. 다만 준비하고 예비하고 깨어서 기도하라는 명령을 하신다.

우리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탄식보다는 소는 잃었지만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하는 有備無患(유비무환)의 자세가 필 요하다.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을 잘 숙지하여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우리들의 교계에 또 우리 한인사회에서 안 일어나야 하겠 다하는 바램이다.

(이봉복 - 유타 코리아나 97년 9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7

영안실을 박차고 나가자

요즈음 I-15를 고치느라고 여기저기 길을 막아 놔 길 가기가 겁이 난다. 그 동안 심한 교통체증없이 살아 온 우리 유타사람들도 이제는 좋은 시절 다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유타는 그 동안 더디게 발전해 왔으나 최근들어 동계올림픽 을 준비하느라고 그런지 길을 고치고 건물을 짓고 특히 주청뒤의 돌산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파리도 안 날아다니던 그 돌산에 하루종일 먼지를 피우고도 모자라 불을 밝히고 야간작업까지 해 대다니... 미국에서도 저런 일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 하여간 전혀 유타스럽지 않은 일들이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쪽으로 가보면 대규모 공장 들이 갈 때마다 하나씩 생겨나는 것 같다.

속이 쓰리다. 이럴 때 돈버는 사람들이 따로 있지? 나는 뭐하고 있나!!!

유타만큼 변화가 없는 지역도 드물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어리둥절한 사이에 주변이 막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인 우리들은 미국인들보다 변화에 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유타의 한인들도 변해야 산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는 없어도 내년이나 아니면 몇 년후에라도 변화된 환경에 쉽게 또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희랍의 한 철학자는 "이 세상 만물이 다 변하고 있는데 오직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이는 모든 것이 변한 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작년 이맘때 생각과 지금 생각이 같으면 1년간 영안실에 있은 셈이다. [영안실]이라는 표현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 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영안실같이 변화가 없는 곳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영안실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변화에는 저항한다. 하지만,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다. 움직이지 않으 면 변화가 없고 변화하지 않으면 죽게된다.

외람된 의견일는지 모르겠지만 유타 코리아나를 발간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유타의 한인들이 대부분 쥐죽은 듯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고 대충 풍문으로 들은 것이 전부다. 글로 읽은 것도 전달 하다가 보면 자꾸 틀려지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소식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그 소식 읽으셨죠?"

"아니요, 아직이요..."

사는 것이 바빠서 유타 코리아나조차 읽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사실은 그 동안 읽을 것이 없었으며 또 읽지 않 아도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었기에 읽는 것이 생소해져서 읽지 않았던 것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유타의 한국사람들, 정보에 너무 게으르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은 정보없이도 그런대로 잘 살아 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고 정 확한 정보없이, 주류사회에 묻어서만 살아가기에는 힘들게 되었다. 혹자의 생각처럼 오늘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 늘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남들이 변화하기 위해서 일으키는 돌산의 먼지만 먹고 한숨만 쉬는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타 코리아나를 자세히 읽어 봐도 중요한 정보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것은 읽지도 않고 소식이 있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행사가 있어도 조용히 자기들끼리 치르고 만다. 남에게 알리고 남을 초대할 의사가 아예 없는 것처럼.

이제 폐쇄의 벽과 안이의 울타리를 허물고 침잠한 영안실에서 나가서 변화를 느끼고 같이 움직여 보자.

최소한 유타 코리아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이라도 훑어보자.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어느 날 정말 좋은 정보를 유타 코리아나에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세보 - 유타 코리아나 97년 10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8

물질의 가난, 마음의 가난

우리가 사는 유타의 하늘이 참으로 맑고 아름다운 줄을 몇 일전에야 깨달았다.

몇 일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오신 손님이 참으로 이곳 하늘은 아름답다고 해서 손님을 보내고 하늘을 쳐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 동안 모르고 산것인지... 하늘을 쳐다볼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마음에 여유도 없었던 것인지... 아마도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상 싶다. 약속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겨우 잊어버리지 않으면 다행이고 잠은 늘 부족하여 비몽사몽간에 사는 것 같으니 어찌 그럴만한 여유가 있으리-

엊그제 고국에서 딸의 엄청난 혼수비용을 비관한 50대의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결혼비용 7천5백만원. 머 리가 쉬어서 한참동안 달러로 계산해 보니 약 십만불이 된다.

요즘에 우리도 청첩장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받는다. 과연 이곳에서는 딸을 여위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모를 일 이다. 여하튼 십만불이면 아마도 고급 직장인의 연봉정도 된다고 생각이 된다. 물론 여유가 있는 가정이야 십만불이 문 제가 되겠는가? 아버지가 영업용 택시운전을 하며 얼마나 벌어야 혼수비용을 충족시킬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딸 의 결혼을 위해서 목숨을 끊었단 말인가?

약 15년전에 아는 미국 젊은이가 결혼을 했는데 은가락지를 서로 주고받았고 1베드룸 디파짖은 부인이 대고 첫달 렌트는 남편이 내고 그리고 그들의 희망은 아기가 생기기 전에 열심히 둘이 벌어서 2베드룸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그 들의 너무도 행복했던 모습이 지금 생각이 난다.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십만 달러 혼수 속에만 행복이 있는가? 우리 예수님이 세상사람들에게 하신 강론이 바로 행 복에 관한 것이 아닌가?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하늘 나라를 차지하리니"

마음의 가난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 더 이상 내 줄 것이 없을 때 느끼는 가난함] 그것이 진정한 가난이 아닌가?

물질의 가난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비참에 빠뜨린다면 마음의 가난은 소외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출발 점일 것이다.

[마음의 가난]을 온 몸으로 실천하셨던 테레사수녀가 생각난다. 과연 그분은 聖女이심에 틀림없다.

그리고 유타의 하늘은 확실히 아름다운 줄로 믿으며 행복해지고 싶다.

(이봉복 - 유타 코리아나 97년 11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9

해를 보내며

몇 해 전만 해도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미국 거지들이라고 본국에 사는 분들이 1년에도 여러 차례 미국을 드나들며 하던 말이 생각난다. 외환 사정이 좋아서 해외여행을 규제 없이 마구잡이로 내보낼 때 국민들이나 국가 정책이나 천방 지축이 되어 세계화를 들먹거리던 그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우리 나라 살림이 말이 아닌 성 싶어 별로 힘도 되지 못하나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다.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 일 본에가 돈 좀 꿔달라고 하자 거절을 당하고 미국에 사정을 했으나 그것도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때문에 자기네 나라까지 망했다고 원성까지 대단하다고 한다니 도대체 거지가 된 것도 서러운데 신용도 땅에 떨어 지고 나라나 국민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나라안에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진흙탕 싸움만 계속되고 대통령은 고래고래 외쳐봤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분도 이젠 제대말년인데 별 애착이나 힘도 없을 게 분명한데 아직까지 누구 때문에 이런 창피스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도 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살림을 맡은 장관을 목을 치고 새 살림꾼을 세워놓으니 국제구제금융기관에 돈을 꿔달 라고 요청해서 허락이 된 모양이다. 다행한일이기는 하나 그렇게되면 이제 우리 나라 살림의 모든 장부를 그들 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하니 주권도 빼앗기는 국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1993년 2월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민정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김영삼 대통령 생각이 떠오른다. 혹독하게도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그분의 취임을 축하했었는데 왜 저토록 추락을 하고 있을까? 참으로 남다른 감회가 스며 든다. 그분이 취임사에서 문민정부의 법통을 들먹이며 우리 나라의 초대대통령으로 취임하듯 초대 건국 대통령부터 또 치사하게도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전임 대통령까지도 모두 무시하는 교만하고도 배은망덕한 취임사를 했었다. 그 것이 어찌 역대 대통령만 무시한 것인가? 그 동안 말없이 나라를 지켜온 국민은 물론 역사를 짓밟는 엄청난 자만이었다. 역사를 무시하고 교만한 지도자의 말로가 얼마만큼이나 비참한 것을 지금 우리는 보고 있다. 오죽하면 다시 태어나서 도 안될 인물로까지 전락을 했는가? 그는 또 도덕적으로도 국민들에게 역대에 드문 불신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딱한 고국을 보고 있다. 우리 이민교회들이 고국을 위한 기도회라도 드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12월18일엔 대통령 선거일이다 참신하고 깨끗한 분이 선출되기만 바랄 뿐이다. 타주에는 본국의 각 대통령후보의 후원회가 아주 떠들썩하게 야단들이다. 우리 유타에는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와사치 산은 단풍이지나 흰눈이 덮이나 아름다워 보이는가?

(이봉복 - 유타 코리아나 97년 12월호 기고)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