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한인교회의 발자취 (1)

이요한 목사 (유타한인교회협의회 초대회장)

필자(筆者)가 유타의 한인교회 역사를 집필(執筆)할 자격이 넉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만 목회자의 한사람으로, 비교적 오래 유타에 거주해왔다는 한 사실 때문에 주위의 요청에 따라 비재(菲才)를 무릅쓰고 모험(冒險)을 하게 된 것이다.

먼저 한 두 가지 다짐할 것이 있다.
(가) 본고(本稿)는 유타 한인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기독교 교회의 역사이며, 일반 종교단체 전체의 역사가 아니다.
[기독교 교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정통적(正統的)이고 복음적(福音的)인 기독교 교리(敎理)를 공유(共有)하는 교회]를 말한다. 기독교의 골격(骨格)이라 할 수 있는 기본교리에 차이가 없고 다만 교회 운영방법이나 지엽적인 문제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교회들이 속한 각 교단을 필자는 [교파(敎派)]라 부르고, 이러한 교회들이 본고의 대상이 된다. 이와는 달리 본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 다른 종교단체를, 이름 여하에 관계없이 편의상 [종파(宗派)]라 부르기도 한다.
(나) 필자 자신이 현역 목회자이므로, 집필에 있어 장단점이 있으나 단점 중에는 지나친 주관적 견해나 편견 내지 편파적 기록이라는 요소가 포함된다. 그러한 오류(誤謬)가 없도록 필자는 교역자의 양심을 두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지만, 혹 실책을 범했을 경우에는 강호제현(江湖諸賢)의 지적을 기다려 솔직과감하게 시정할 것을 전제(前提)로 펜을 든다.

유타에 교회가 설립된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 교회의 성격에 관하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한번 확인해두고 싶다. 교회는 하나님의 기관이다. 하나님의 인류구원의 대사업을 성취코자 예수 그리스도(성육하신 하나님)께서 오시어,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태복음 16:18)라고 말씀하셨다. 십자가와 부활을 거쳐 승천하신 후에 성령께서 강림하신 결과로 교회는 성장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은 하나님의 인류구원을 성취시키는 일이다.
교회의 운영이나 관리 등에는 인간적 요소가 개재(介在)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교회의 이면성(二面性)이라 한다. 그러기 때문에 교회를 설립하는데는 세 가지 요건(要件)이 구비되어야 한다.
(1)하나님의 뜻 (2)사람의 존재 (3)물질적인 뒷받침(경비)이다.
신앙의 불모지(不毛地)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었던 유타에, 일찍이(위의 여건으로 봐서) 한인교회가 세워져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다는 것은, 실로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없지만 특히 유타의 초기 상황을 돌이켜 볼 때, 그러한 느낌이 짙어진다.

이제 머리말을 마치고 본 코스에 들어가겠는데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記述)을 진행시키고자 한다.
(1)교회 설립의 태동(胎動) (2)개척(開拓)시대 (3)경쟁(競爭)시대 (4)안정(安定)시대 (5)협력(協力)시대

1. 교회 설립의 태동

1976년 5월초 어느 날, Salt Lake 공항에 한국인 목사 한 사람이 도착했다. Texas주 Dallas에서 온 비행기였다. 제법 큰 도시를 보아온 눈에는 Salt Lake 공항이 무척 초라하고 시골티가 나 보였다. 처음에는 비행기가 호호 벌판에 불시착(不時着)하는 것으로 착각을 했었다. 타랍을 내려 비행장 마당에서 저쪽에 있는 터미널 건물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마중 나온 미국인 목사가 운전하는 차로 시내로 들어왔다. 아파트를 찾기까지 며칠 동안을 예정하고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로 우선 첵크인했다. 다시 한번 저 멀리 사방을 훑어본다. 생전 처음 온 곳이었다. 사방을 산이 둘러 분지(盆地)를 이루고 있는 듯한 지형은, 한국의 어느 도시를 연상케 했다. Texas 넓은 곳에서 지평선만 바라보던 눈에는 마치 한국의 그 도시에 들어선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절대로 착각해서는 안될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이다. 유타지역에 한인교회를 세우는 일이었다. 교회설립의 세 가지 요건을 그는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 본다. 그는 계속 기도해 왔었다. 이곳에서 부름을 받고 한인교회를 세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그는 분명히 믿었다. 한인들이 이곳에 살고 있을까? 하나님의 뜻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면 반드시 한국사람이 있을 것이다. 두 세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들을 위해서 하나님이 그를 보내신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믿었다. 경비(經費)는? 물론 그가 받을 봉급(生活費)으로 당분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졸업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교단 본부의 임명을 받고 이곳을 택하여 온 그는, 한인들을 위한 선교사의 입장이었다. 그는 이 임무를 수락(受諾)하기까지 두 달을 두고 생각하며 기도했었다. 사전답사(事前踏査)는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주(主)의 이끄심을 믿고 모든 것을 주께 맡겨 인간적으로는 무턱대고 온 것이었다. 그가 믿었던 대로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심이 날이 갈수록 증명되었던 것이다.
그는 호텔 방에 들어가서 전화번호부를 들추기 시작했다. 한국이름을 찾는 것이다. 그리하여 유타에 한인교회가 세워지는 산고(産苦)가 시작된 것이다.

[ 유타 코리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