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한인교회의 발자취 (2)
이요한 목사 (유타한인교회협의회 초대회장)
2. 개척시대
전화번호부에서 한국인인 듯한 이름을 몇 개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에 두 가정과 접촉(接觸)이 되었다. 하늘의 별을 딴 기분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전화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직접 부딪혀야 한다. 한 가정만이라도 옳게 접촉이 되면 그를 통해서 넓혀 한인가정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전화로서 섣불리 교회 운운(云云)하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집이 예수 믿는 일에 반대하는 마음이 강하다면 목사를 만나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전화도 그것으로 끝장날 우려마저 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이쪽의 신분을 밝히지 않을 수도 없고... 막상 전화연락을 한다는 묘안(妙案)(?)을 실천에 옮기려 하니까, 갑자기 온갖 어려운 생각들이 물결처럼 밀려와서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태평양 한복판에서 한 마리의 자라가 물위에 머리를 치켜들자 때마침 거기에 떠있던 나무토막에 부딪히게 되는 확률(確率)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미지(未知)의 미국 도시에 와서 어쩌다 하나 발견한 한국인 가정이 예수 믿는 가정이었다는 경우가 있다면(아직 교회도 없는 곳에서), 태평양의 자라와 비슷한 게 아닐까. 그것은 확률 운운하기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기적이리라. 그런데 아, 기막히는(?)일이었다. 그 기적이, 태평양의 자라의 경우가, 여기에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그 발견된 두 가정의 하나가 예수 믿는 가정이었다. 오, 주님! 이렇게도 준비를 해주시는 [여호와 이레]를 생각 못하고 온갖 걱정을 다 했던 자신이 심히 주님 앞에 송구스럽고 부끄러웠다. 소명(召命)을 받았다고 확신하고 현장에 발을 내디딘 목사가, 한 순간이라도 약한 인간의 냄새를 풍겼다고 생각할 때 매우 한스러워 그는 다시 한번 주님 앞에 무릎을 끓게 되었다. 기도를 끝낸 그의 마음에는 감사와 소망으로 충만하게 되어 이제 교회가 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먼저 해야 할 일 두 가지가 있었다. 이 도시의 지리(地理)를 파악(把握)하는 일과 발(자동차)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첫째 과제는 너무나 쉽게 해결되었다. 거리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 유타주만은 독특했다. 이름이 없고 숫자만 있었다. 번지만 알면 어디든지 당장에 지도없이 찾아 갈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었다. 두 번째의 발 문제는 그 다음날 해결되었다. 미국친구 목사의 도움으로 딜러(dealer)에서 새차 Ford Granada를 몰고 왔으며 아파트도 당시의 변두리 지역인 4500 South에 구하여 입주(入住)를 마쳤다. 이제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 졌다. 영적(靈的)전쟁에 임하는 장군이 된 것이다.
첫날에 발견한 두 집중 한 가정은 호주가 한국에서 군대 복무중 군종실에서 봉사한 경험이 있는 당당한 그리스도인이었다. 하나님은 이 삭막한 곳에 그를 먼저 보내어 대기(待機)시켜 놓으신 것이었다. 그 가정과의 접촉에 성공한 목사는 그와 협력하여 이곳에 살고있는 한국인을 모두 찾아 나서기로 작정하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아파트를 나설 때 차를 만당으로 채우고 사람을 찾아 차를 몰았으나 만당으로 채운 휘발유가 바닥이 날 무렵에 겨우 한사람을 만나게 된 일도 있었다. 그리하여 한 두 달이 지나는 동안에 열 사람정도가 모이게 되고, 다운타운(Downtown)에 있는 조그마한 미국 교회당을 빌려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나오는 사람 모두가 신자는 아니었지만 모두들 교회에 나오는 것을 기뻐하였다. 그때까지 외롭게 살면서 한인들끼리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가 무슨 동기(動機)로라도 날짜를 정해놓고 서로 만나게 된 것이 좋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한인회도 결성되기 전이었고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 이 고장의 한인 전부가 아닌가 할만큼 이곳에 살고있는 한국사람의 수는 극소(極小)했던 것이다. 열 사람 남짓 한 출석자중 어떤 가정의 부인은 한국에서 교회 출석을 한일이 있는 자매였으나 호주는 불신자였다. 그러나 그는 부인이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뿐더러 교회까지 운전해와서 부인을 교회당 안에 들여보내고 자기는 예배가 끝날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가 결국은 교회로 인도되어 믿음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장로(長老)로서 봉사를 하는 당당한 주의 일꾼이 되었으니 참으로 하나님의 섭리(攝理)는 인간의 지식을 초월(超越)하신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맨 먼저 접촉된 그 믿는 가정의 호주는 지금은 목회자가 되어 타지방에서 주께 봉사하고 충성을 다하고 있음을 부언(附言)한다.
이리하여 해가 바뀌고 또 한해가 가는 동안에 교인의 수도 늘어나서 7,8십명 정도의 교회로 성장하였다. LA와 기타 지역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한인들의 수가 차차 늘어나고 세월이 가는 동안에 이곳에서 시민권을 갖게 된 한인들이 한국에 있는 부모형제 자매들을 초청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된 것이다. 교회당도 Sugarhouse지역에 있는 조금 더 큰 곳으로 옮겼고 그 동안 한인회도 발족(發足)이 되어 미국내의 한인사회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 이곳에서도 우리 사회가 명실(名實) 공히 규모를 갖추게 되고, 따라서 교회도 알차게 발전할 조건을 얻게 되어 개척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유타에 최초로 개척된 '한인교회'와 교인들
[ 유타 코리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