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한인교회의 발자취 (3)

이요한 목사 (유타한인교회협의회 초대회장)

3. 경쟁시대

유타에 처음으로 생긴 교회(정식 명칭은 유타한인교회)는 달을 거듭함에 따라 교인수가 늘어갔는데, 그 가운데는 믿음이 있어 정식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기에 합당한 사람들 이외에도 그저 나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이자 처음으로 있게된 한인들의 집합체였기 때문에 한국에서였으면 결코 나오지 아니할 사람들도 참여하는 (기특한) 현상도 있었으나, 모두가 마음을 같이하여 하나님의 교회인 것을 알고 믿음을 가꾸어 나가는 일에 발을 맞추었다. 사실상 유타에 살고 또 들어오는 한인들은 거의 모두가 이 교회에 나오게 되는 즐거운 한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오랫동안 믿음의 생활을 계속한 사람들도 있었고 미국에 와서 교회를 처음으로 알고 열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에 처음으로 하나의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는 두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님의 기관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모임이다. 개척기를 지나서 하나밖에 없는 교회가 양적으로 교세가 늘어남에 따라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냈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교회의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몸이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지체(肢體)에 비유된다. 그렇게 믿고 또 그 원리대로 생활해 나가야 할 교회지만, 어떤 경우에는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에게 본을 끼치지 못하는 때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은 병든 자들을 위해서 존재하고, 하나님의 기관인 교회는 부족한 우리 죄인들을 위해서 있다는 말은, 외부 세계에 대한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유타에 처음으로 개척된 교회가 제자리를 잡고 1년반 정도의 시일이 지난 때 교회 참석자수는 약 70명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직분들도 임명되고 필요한 부서들도 규모를 갖추어 교인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발돋움을 꾀하던 때에, 인간적으로 볼 때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교회의 분열(分裂)이었다.

오늘날의 교회로서 겪지 아니한 교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갈라지는 사태는 당시로서는 뼈아픈 일이었다. 목회자를 포함하여 생각있는 당시의 교인들에게는 큰 타격이요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세월이 지나서 돌이켜 볼 때 그것이 바로 교회를 더해주시는 하나님의 깊은 섭리(攝理)였다고 믿어지게 되고 우리 인간의 지혜와 계획을 넘어선 하나님의 크신 경륜(經綸)임을 깨닫고 감개(感慨)를 새롭게 한다. 좀 서툰 비유지만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핍박을 받아 교인들이 피난하여 각처로 흩어진 것이 오히려 교회를 곳곳에 더 세우는 전도의 결과를 낳았던 역사를 상기해 본다. 불씨가 튄 것이다. 단세포(單細胞)동물인 아메-바가 자체분열로 번식하는 것을 동시에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오늘날 유타에 존재하는 전체교인의 반수 이상이 아메-바 번식에 의해서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나님의 경륜이다.

그리하여 유타한인교회는 약 1년 반만에 두 개로 분리하여 다소의 정리기간을 두고 하나는 장로교회(유타한인장로교회)로 또 하나는 침례교회(유타한인침례교회, 지금의 한인침례교회)로 각각 교인들의 의향(意向)에 따라 소속 교단을 정했던 것이다. 교회가 두 개로 되면서 양상(樣相)이 바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을 똑같이 섬기는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선의(善意)의 경쟁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그러한 경쟁은 장려해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의 모임이라는 일면 때문에 여기서도 선의를 넘어선 인간적인 경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국적(大國的)으로 볼 때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이제는 유타에서 두 교회가 당분간 유타 교민의 복음화에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장로교회는 새 교역자를 초빙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은 또 하나의 교회로서 면모(面貌)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유타에 두 교회만을 허락하신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메-바처럼 분열이 이어졌다. 그후 6-7년을 지나는 동안에 교회 수는 더 불어났다. Salt Lake지역에 장로교회가 하나 더 생기면서 (지금의 유타제일장로교회) 이제는 지역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타주라고 하지만 주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Salt Lake City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半徑) 40-50마일 언저리에 집중되고 있음은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Layton지역에는 미 공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어, 공군 장병들과 국제 결혼한 우리 한국 여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조금 더 북쪽의 Ogden에도 약간의 교포가 거주하고 있었지만 극히 소수였고(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Salt Lake보다 남쪽에 있는 Provo에는 한국인은 한 두 가정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Salt Lake(물론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하나로 묶어 부른다)지역 다음으로 한인교회가 설 수 있는 후보지는 Layton 지역인데 (흔히 조금 더 큰 도시인 Ogden의 이름으로 인해 이 북쪽지역을 Ogden지역이라 부르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가 Ogden지역에 교회를 세울 것을 생각하고 기대하던 중에, 마침내 유타 초대교회 시절부터 제1호로 믿던 집사(후에 공부를 거쳐 전도사가 되었다)가 그곳에 교회를 개척하였다. 오늘의 오그덴제일장로교회이다. 얼마 후 이 교회가 번식하여 Ogden지역에 교회가 하나 더 생김으로서(오늘의 베다니침례교회) 이 지역에 교회가 둘이 되어 어느 정도의 햇수가 지났다.

유타 주정부가 개방정책(開放政策)으로 전환(轉換)함에 따라 외부로부터 많은 사업체, 기관들이 들어오게 되자 한인들의 이동입주에도 박차(拍車)가 가해지고 유타의 한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교회 개척의 열기(熱氣)가 더욱 고조되어 갔다. 그때까지 잠잠했던 Logan에도 주립대학에 적을 두는 한인 학생의 수가 늘어나 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가 서게 되었으며 (지금의 로간동양선교교회) Salt Lake에도 교단을 같이하는 동양선교교회가 탄생하였다. 한때 Provo에도 한인교회를 개척코자 노력을 기울인 일꾼들이 있었으나, 유타적인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실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설립과 전도의 경쟁은 치열하여 하나님의 당초의 청사진대로 유타의 한인교회의 수와 교인들의 수는 비례적으로 늘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 유타 코리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