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한인교회의 발자취
이요한 목사 (유타한인교회협의회 초대회장)
4. 안정시대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至上命令)(마태28:18-20)에 따른 교회의 대사명을 수행하는 노력으로, 기존교회 간에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는 현상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바람직하고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모든 교회의 전체 교인수가 함께 늘어나서 기독교 교세가 확장되는 결과를 바라보기 전에, 교회의 수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교회의 난립(亂立)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물론 인구 얼마에 교회 수 몇 개라고 일정한 법칙을 세워 못을 박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교인 수는 그렇게 늘어나지 않을뿐더러, 설사 한 교회의 교인수가 증가했다 해도 그것이 다른 교회의 교인수가 줄어든 결과라고 한다면,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일반 사회의 빈축(嚬蹙)을 사서 전도의 문을 좁게 하는 부작용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이 틈을 타서 한 주어진 지역에 무작정 교회들이 세워진다면, 그것은 난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이러한 현상을 우려해야 할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기존 교회의 목회자간에 많은 심리적 부담을 주는 현상이 벌어진 적도 있었지만, 목회 윤리(倫理)를 지키고자하는 교역자들의 양심적인 노력으로 이러한 사태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곤 했다. 이상은 대략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기에 걸친 유타 교회들의 상황이었다.
5. 협력시대
지역적인 교회의 분포(分布)나 교회 상호간의 관계가 안정되면, 거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교회의 기본이요 가장 큰 사명인 복음 전파에 대한 서로의 협력이다.
상호 협조적인 기운(氣運)이 일고 그것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이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앞장을 서야 한다. 이 앞장서는 일이, 인구가 많은 Salt Lake 쪽이 아니고, 한인들의 분포가 적은 Ogden - Layton 지역에서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 있는 일이고, 또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느낌이 든다.
1990년에 Ogden 지역에서 목회중인 양문선, 차경태 목사 등에 의하여 [북유타지역 한인교회 교역자회]가 발족되었다. 구성회원은 우선 Ogden 지역에서 시무하는 교역자 5~6 명으로, 친목을 주로 하는 교회간(교역자를 중심으로 하는) 협조체제였다. 이 조직이 마치 우주선의 메인(main) 연료 탱크를 작동시키는 도화선(導火線) 분사(噴射) 역할을 하게 되었다.
3년 후인 1993년 9월에 확대(擴大) 교역자회를 열고, 기존(旣存) [북유타교역자회]를 발전적으로 해산함과 동시에, 전 유타지역을 포함하는 [유타한인교회 교역자연합회]의 창설을 보게 되었다.
생각하면 긴 발걸음이었다. 1976년에 최초의 개척교회가 설립된 이후 17년만에 6개 교단 산하의 11개 교회의 교역자들이 친목과 상호 협력을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매년 교회 연합행사로 부활절과 광복절 연합예배 및 성탄축하연합찬양예배(한인교회 연합성가대 조직)가 이루어지게 되고, 한 동안 연합 체육회도 개최된 적이 있다.
그러던 중에, 목회자만의 모임으로 교회연합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보다 강력하고 실제적인 협력체제를 원하는 움직임이 있어, 평신도까지도 포함하는 명실 공히 교회간의 협력을 강화(强化)하는 조직체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1997년 1월에 정식으로 발기대회를 거쳐 [유타한인교회협의회]의 탄생을 보게 되었다. 이로써 원래 [교역자연합회]가 주관해 오던 교회 상호 협력행사는 모두 새로 이루어진 [교회협의회] 소관으로 이양하고, 교역자연합회는 여전히 존속하되 순수한 교역자간의 친목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체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최초의 개척교회로부터 교회들이 자라 오늘날의 [교회협의회]가 이루어지기까지 21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