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마흔 살"

한형근

몇 달전에 직장 책임자 M의 마흔 살 생일이었다. 미국사람들의 마흔 살 생일은 특이하다. 그들이 만 40세 생일에 선물하는 풍선의 색깔은 하나같이 검정색이다.
동료 한사람이 바쁜 중에도 짬을 내어 우리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다 모여 둘러선 자리에 M이 왔다. 미리 예약된 순서에 의해 외부에서 여자 개그우먼이 왔다. 킹콩차림으로 분장하고 와서 M과 잠시 탱고 춤을 추었다. 마흔 살이 되니 감정이 어떠냐면서 너스레와 코믹한 재담으로 우리들을 즐겁게 했다.
생일카드나 케익은 여느 사람과 같았다. 그러나 마흔 살이 되는 M에게, 상자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는 물건들이 내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돋보기, 가발, 틀니 따위가 노인되어 사용할 물건이었다. 왜 하필이면 마흔 살에 검정색 풍선에다 그런 물건들을 선물할까.

마흔 살,

인생은 3막5장이라는데 2막3장이 시작된다는 뜻인가, 아니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 의미인가.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마흔 살 고개를 넘기까지 여러 시기가 있었다.
왠지 반항과 외로움 그리고 혼자 있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 꿈과 이성교제, 대학입시와 좌절, 군대와 결혼, 철학서적을 혼자만 보는 양 교만을 떨었던 20대, 삶의 황금기에 교편생활과 술과 이민으로 이어진 30대, 술과 도박과 문학에 대한 그리움으로 방황한 40대, 그러다가 뒤늦게 예수님을 영접한 50대의 들판에 와 있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자국만 남아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건초를 말려야 하는데, 때를 놓친 게으름과 무책임으로 인하여 마음이 몹시 무겁다. 이제 50대의 들판에 서서 지난날 방황의 수렁을 되돌아본다.
그렇다. 사는 날까지 가능한 부끄럽지 않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자.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데 나는 그 방법을 8년전에 찾았다. 몇몇 사람들은 술과 도박에 젖었던 내가 교회문을 두드리리라 곤 상상조차 못했다.
89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누군지 모르나 우리 부부이외에 아들딸을 곱게 키워준 분이 있을 것 같았다. 그분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성령님이 이미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계셨다는 증거이리라.
교회문을 연 1990년 정월 스무하루 주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날이었다. 명목사님께서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나를 소개했다. 이제 와서 보니 떡잎으로 보이던 죄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여 주었던가.
마흔 살 수필을 쓰다가 난데없이 신앙간증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마흔 살 수필은 뚜렷한 주제가 있다.
정을 가지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남을 도우며 살자고 말하고 싶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이웃에 봉사하고 손해를 보며 사랑을 주는 삶이 아닌가. 잠시 왔다가 가는 인생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값어치가 어디 있겠는가.
그대들이여, 삶을 거창하게 보지 말자. 인간은 짐승과 달라서 한없는 소유와 끝없이 비축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이것을 조절 못하면 행복보다 불행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 일들이 많음을 여러 채널에서 듣고 보고 느낀다.

마흔 살,

삶을 잣대질 하는 사십 세를 바라보는 사람이나, 나처럼 이미 지난 분들이나 문제는 연대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방법이 가장 아름답고 보람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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