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다녀와서 (3)

이정면 (유타대 지리학 교수)

3. 연변대학교

중국은 50여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多民族) 통일국가(統一國家)이다. 그 중에서도 한족(漢族, 94%)을 제외한 여러 민족은 소수민족(Minority)으로 全인구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살고있는 지역은 주로 변경지대(邊境地帶)로 중국 全면적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족(朝鮮族)은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수로 보아 10위 이내에 든다. 소수민족으로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壯族(쭈앙)으로서 중국의 남부 광서성(廣西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왕년(往年)에 종종 남하(南下)하여 중국정복을 꾀하고 17세기초에는 청왕조(淸王朝)를 수립했던 만주족(滿洲族)의 반(半)은 오늘날 실상 한족(漢族)에 동화되었고 나머지 반은 중국의 동북부지방(舊滿洲)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소수민족 가운데 그 나름대로 자기 나라의 고유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기 위해서 대학을 세우고 있는 소수민족이 약간 있으나 중국동북부 연변지역(延邊地域) 즉, 길림성(吉林省)의 연길시(延吉市)에 있는 연변대학은 조선족에 의해서 세워진 떳떳한 종합대학(綜合大學)이다.

우리는 대학(大學)하면 해방후 한국에서 보듯 비온 뒤의 죽순처럼 생겨난 많은 대학을 보았다. 그래서 대학이라고 해보았자 그런 것이겠지 하고 가볍게 보아버리지만 필자(筆者)가 보고 온 연변대학은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나 대견스럽기만 했다. 돈벌이하기 위해서 세워진 대학이 아니고 먹고살기 어려웠던 역경 속에서 배움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선민족의 얼과 역사를 후대(後代)에 길이길이 전해보자는 뜻에서 50년전에 세워진 대학이다.

중국은 서구(西歐)의 악랄한 식민지 지배하의 쇠사슬에서 풀려나와 1949년의 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되었다. 이 혁명정부는 과거(過去) 민족차별 정책에 의한 한족(漢族) 지배자층의 소수민족의 압박을 물리치고 그들을 우대(優待)함으로써 여러 소수민족과의 단결을 슬로건으로 내밀었다. 이와 같은 자치적(自治的) 환경 속에서 1949년 3월에 연변대학이 세워져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간 50년이란 세월을 거쳐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여 그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어 갔다. 현재는 9개 단과대학과 40개의 학과(學科), 57개의 본과(本科), 전문과(專門科), 29개의 기술전문대학, 40개 분야에 걸친 석사과정 그리고 2개 분야에 이르는 박사학위 과정이 있다. 이밖에도 인문사회과학과 이공계 분야의 주요 연구소가 32개 있다.

이와 같은 배움터를 밀고 나가기 위해서 1천5백39명의 교직원이 있다. 교수수(敎授數)중에서 정교수 1백24명, 부교수 3백59명, 강사 5백94명, 기타가 4백62명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학의 학과별로 교수수(敎授數)룰 보면 대개 한 과에 20-30명이 된다. 중국의 명문대학인 북경대학교도 이와 같이 교수수(敎授數)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교수가 많고 또 교과과목도 그럴듯하나 역시 강의 내용이 중복되고 해서 비능률적인 점도 적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중국정부의 교육부는 교육개혁을 검토중이라고 전해 들었다. 즉 교수수(敎授數)를 줄이고 그들을 우대함으로써 보다 효율적(效率的)인 교육성과를 높여 보려고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대학은 공산국가의 체제(體制)하에서 공산당 정책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교육시설 전반에 걸쳐 대학교수들의 월급까지도 일률적(一律的)으로 책정된다. 연변대학 교수들의 월급액을 보면 총장이 1천2백元 내외, 정교수가 1천元 전후이고 강사급이 7백50元 정도이다. 미국 돈으로 환산(換算)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그들 교수들의 생활면에서 볼 때 미국이나 한국교수들 보다 쫓기지 않고 또 우리들처럼 뛰지 않고도 여유(餘裕)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 예를 들어 주택문제, 자녀교육문제 등을 정부에서 전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모두 교원숙사(敎員宿舍)에서 살고 있으며 자녀교육비도 전부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사석(私席)에서 들었지만 劉忠傑 교수가 한국을 둘러보고 온 이야기를 했었다. "한국교수들은 저희하고 비교했을 때 월급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으나 중국교수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보았다. 먹고사는 것, 특히 식사, 반찬 같은 것은 중국보다 못하다."고 했다. 그리고 "남한교수들은 그렇게 밤낮없이 뛰어다녀 벌어들인 돈이 다 자녀교육 특히 과외공부 비용으로 충당(充當)된다고 하니 연변대학에서는 적게 받고 있지만 우리들의 생활이 더 여유있지 않는가?"하고 말했다. 그것은 일리(一理)가 있는 이야기이다. 주택이니 교육이니 하는 큰짐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교수들은 대체적으로 마구 뛰지않고 너나 할 것 없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그들의 월급책정도 미국과 같이 해마다 교수의 연구업적에 의한, Merit에 의한 월급결정이 아니라 교수면 누구나 일정한 월급이 주어지기 때문에 뛰고 뛰며 연구에 몰두할 필요가 없다. 공산국가 체제에 있어서 시정(是正) 되어야할 문제가 바로 이점이라고 보았다.

현재 연변대학의 재학생수(在學生數)는 총 1만4천8백43명이다. 본과생(本科生) 4천3백64명, 전과생(專科生) 2천9백52명, 대학원생 3백93명, 유학생 3백44명, 그리고 函授(通信敎育) 및 야간대학생이 6천7백90명으로 되어 있으며 통신기술에 의한 강의로 야간대학생이 적지 않은 숫자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연변대학에 체류중에 많은 대학생들이 밤늦게 까지 부산스레 교문출입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국공산당 정부는 자녀교육 특히 농촌의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학생 전원을 기숙사에 유숙(留宿)시키고 있다. 대학에서 기숙사까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숙사(宿舍)가 있다.

연변대학의 총학생수의 80%가 조선족(朝鮮族)이고 나머지 20%는 한족(漢族)이라고 한다. 필자가 연변대학을 방문하기 전에 듣기로는 100%가 조선족이고 또 강의도 한국말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연변대학은 사실상 100%가 조선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의 문화혁명이후부터 학생모집의 비율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문일(朴文一) 총장의 말에 의하면 학생모집의 비율이 그렇게 된 이유는 중국정부의 정치적 압력뿐만 아니라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대학경영의 커다란 난관의 하나가 재정적 문제로 노출된 것을 볼 때 소수민족에 의한 연변대학 운영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짐작이 갔다. 그 재정문제를 다소라도 풀기 위해서 또한 문호개방(門戶開放) 한다는 뜻에서 한족(漢族)학생을 뽑게 되었다는 것이다. 20%가 넘는 한족학생 때문에 대학강의가 조선어에서 중국어로 바뀌어 졌다고 하는데 대해서 여러 가지로 느낀바 있었다.

연변대학에는 本 대학생외에도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 분야별로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 유학생들은 연변대학생들과 같이 기숙사에 머물고 있으나 그들의 숙사는 새로 말쑥히 세워져 깨끗했다. 그리고 이곳 유학생들은 대개 자비(自費) 유학생이다. 중국의 경제사정은 장학금을 주어 외국 유학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렵다. 연변대학 외국 유학생들도 예외가 있을 수 없고 거의 다 자비 유학생들이다. 그리고 외국인 교수들도 60여명이 있고 대부분이 중국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원숙사(敎員宿舍)에 살고있으며 일부는 대학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유학생이나 외래(外來) 교수들의 생활은 안정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연변의 생활필수품의 물가가 비교적 싸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장서(藏書) 상황을 보면 총 보장량(保藏量)은 148만권으로 간행분류(刊行分類)로 보면 도서장량은 118만8,612권이며 기간장량(期刊藏量:정기간행물)은 29만1,388권이다. 이것을 문과(文科), 이과(理科)별로 분류하면 문화류(文化類) 79만9,324권, 이과(理科) 77만626권, 그리고 국가별(言語別)로 보면 중국어로 된 것 89만6,546권, 한국어로 된 것 22만1,374권, 일본어 9만1,778권, 영어로 된 것은 16만4,699권, 독일어 6만3,545권, 기타 4만2,058권으로 되어 있다.

연변대학은 북경대학, 길림대학(吉林大學), 복단대학(復旦大學), 하얼빈대학 등 중국내의 저명(著名)한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또 대외적으로는 한국, 북한, 일본, 캐나다 그리고 미국 등 40여 개 대학의 각종 연구소와도 자매결연을 맺어 과학연구 및 문화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까지 1천여명에 가까운 학자가 이곳을 거쳐갔으며 또한 그 중에는 연변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되어 학기마다 와서 강의하고 되돌아가는 교수도 있다. 그리고 현재 연변대학은 7백37명을 해외로 파견하여 연수와 학위취득을 위하여 유학중에 있다. 한편 20회 이상에 걸쳐 국제학술회의와 과학자회의가 이곳 Campus에서 개최되었다고 한다.

7월10일에 朴文一 총장, 崔洪彬 교수(동북아 민족연구원장), 姜孟山 교수(동북아 연구원장) 그리고 李宗勳 교수(사학과 부장) 등 여러 교수들이 동석하는 만찬에 초대받았다. 그때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가고 했다. 물론 화제의 초점은 연변대학의 전반적 문제에 모아지고 있었다. 이때 필자가 두가지 질문을 총장과 각 원장께 했다.

첫째, "연변대학 운영의 최대 난관(難關)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그것은 역시 재정문제(財政問題)라고 대답했다. 이 문제는 이곳 대학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대학에 있어서도 겪고 있는 문제의 하나이다. 특히 연변대학은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주동(主動)이 되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재정문제로 인하여 대학의 눈부신 발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둘째는 "연변대학이 21세기로 향해서 밀고 나가고 있는 중요한 목표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 연변대학은 동북아 문화연구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주력(主力)을 기울인다고 했다. 특히 민족연구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최홍빈 원장이 강조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능한 동북아 제국가(諸國家)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대학의 이 분야의 석학(碩學)들과의 교류를 시도함으로써 명실공히 동북아 문화연구의 중심지 구축(構築)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명년(明年) 1999년은 연변대학 창립 50주년이 된다고 한다. 이 기념사업을 계기로 다음의 반세기에 있을 연변대학 발전의 구상에 여념(餘念)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를 연변대학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루 빨리 조국의 남북한이 하나로 통일될 때 연변대학 발전은 또 하나의 장을 열게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50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학문연구를 통하여 연변대학은 동북아에서 우뚝 솟아있는 소중한 대학으로 성장했다. 그간 꾸준히 지방경제와 사회발전 특히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우수한 인물양성과 국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각종 인재(人才) 5만여명을 육성하여 옴으로써 조선족의 발전뿐만 아니라 중국정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함으로써 조선족의 우수함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국가주석 江澤民이 동북부지방의 순시차 직접 연변에 들려 조선족의 위대함과 더불어 동북아 학술적 중심지로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연변대학을 높이 평가하고 아울러 연변 조선족의 공헌에 대해서 치사한 바 있다고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연변대학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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