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atch 산책 10

"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 이봉복 -

그야말로 세월은 제멋 대로다.

새해만은! 하는 다짐의 메아리도 사라지기 전에 또 한해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영국의 작가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성실로써 이루어져 가는 것이라야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진 것으로 채워가는 것이라야 한다"고 설파했다.

진정 가는 세월을 만족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그래서 우리는 송년잔치를 하고있는가?

지난 27일 유타한인회 송년잔치 사상 400여명이 모이는 큰잔치가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양대 비행기회사에서 티켓도 보내주고 각 단체에서 푸짐한 상품을 내주어 그야말로 양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품시상도 있고 또 놀랍게도 우리 유타에 물이 좋은 탓인지 꾀꼬리 같은 씽거들이 많이 탄생했 다.

또 잘 웃긴다는 사람을 몇 천불을 들여서 모셔다가 웃기도 했다. 또 도중엔 어른들만 들어야하니 아이들은 나가야된 다하여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쫓겨나가야 하는 해프닝까지도 있었다. 또 어떤 학생은 나는 어른이냐 아이냐 하며 묻는 학생도 있었다. 여하튼 금년은 끝까지 헷갈리며 다사다난한 해였나 보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았던 우리사회. 망가져 버린 고국의 현실 앞에서 더더욱 러스킨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40대의 젊은 한인회장을 뽑았다. 신년은 戊寅年 호랑이의 해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날렵하기도 하 고 자기주관이 뚜렷하며 예로부터 영물이라고 여겨왔다. 또 호랑이는 죽어도 귀한 호랑이가죽을 인간에게 남 기어 영원히 기념이 되게 한다. 많이 모이고 다채로운 상품도 필요하고 많이 웃으며 사는 것도 필요하다만은 호랑이의 교훈도 생각해 봄직하다.

김치한 회장의 한인회장 취임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큰그릇은 늦게야 이루어지고/ 아주 큰소리는 도리어 잘 들을 수 없고/ 큰 모습, 즉 道는 형체가 없다"고 노자의 말씀이던가?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11

" 나무의 지혜로 봄맞이 준비를 "

- 이봉복 -

1929년 10월23일, 미국은 그 날을 [검은 목요일]이라고 한다. 30년대 미국을 휩쓴 대공황의 참상은 실로 표현할 수 없는 위기였음을 많이 들어 왔다. 실업자가 3천4백만명으로 노동인구의 근 50%에 육박하고, 주식시장에서 휴지가 된 자산이 줄잡아 3백억달러였으며, 한해에 1천3백 의 은행이 문을 닫고, 이러한 상황에서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가 32대 미국 대통령으로 탄생했다. 그 어려운 상황에 그는 취임사에서 “.....지금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이 나라는 지금 우리에게 당장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루즈벨트의 신화 가 탄생됨으로 대공황에서 미국을 건져낸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고국엔 IMF의 두려움이 꽉 차있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강모 어린이가 겨울방학 숙제 그림일기장에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안방에 아빠가 누워서 비디오를 보는 모습을 그려놓고, 일기에는 “IMF가 아빠를 회사에 못나가게 했다. 이제 우리식구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죽고만 싶다.”라고 써놓은 일기를 보름째 실직한 아빠가 보고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한 글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IMF로 인해 사회전체가 불안과 초조와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다는 소식들이 자주 들려온다. 정신과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이 늘 었다고 한다, 거의가 IMF 우울증 환자라고 한다.

이제 IMF가 한국에 상륙한지 2개월이 돼 가는데 넓은 의미로는 정신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변해간다는 무서운 얘기를 하는 이도 있다. 그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고 그러나 속수무책이라고 한탄도 나온다. 허나 그 증상이 집단적이고 개인적으로 나타나 심한 경우는 죽음의 현상이 나타나 날마다 전국곳곳에서 사망하는 이들이 늘고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위기를 먼저 경험한 태국에서도 수많은 정신질환자와 자살자를 낸 일이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죽기까지 하겠는가?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 동안의 과소비나 소위 [거품]을 모두 걷어버리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거품 아닌 [진짜] 풍성한 새시대가 열리지 않겠는가.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버려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을이 되어 공기가 건조해지면 수분부족에 적응하기 위해 벌써 잎을 떨굴 준비를 시작한다. 잎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기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로 끌어올린 물로 탄수화물을 만들어 나무를 살리고 키운다. 여 름 내내 계속하던 이 잎들의 광합성(光合成)작용을 가을이면 멈추어야 하는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물 부족은 더 심해진다. 나무는 수분손 실을 막기 위해 잎사귀의 기공(氣孔)을 닫는다. 기공이 닫히면 광합성도 일어날 수 없고 결국 나뭇잎은 죽어 떨어지게 된다.

나무는 혹한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잎을 떨구고 겨울을 나게 된다. 간소하게, 줄기와 가지만 남긴채 칼바람을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나무의 지혜를 배우며 반드시 올 그 봄을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 벌써 개나리는 봄 맞을 준비를 하는데......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

Wasatch 산책 12

등때기 뜨습고 뱃때기 부르면 만사가 형통인 거여

- 이봉복 -

마오쩌둥(毛澤東)은 고상하고 도덕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지도자로 보인다. 적어도 중국인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문란했었다고 한다. 1951년부터 74년 사망할 때까지 수신여공작원(隨身女工作員: 여비서)을 29명이나 갈아치운 그는 그중 11명과 관계를 맺었다.

미국의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여성 편력도 유명하다. 그는 사생아만 10명을 만들어낸 바람둥이였다. 심 지어는 당시 재무장관이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서인도제도에 머물던 때 생긴 그의 사생아라는 설까지 있을 정도다.

성추문으로 이름을 남긴 미국 대통령은 많다. 3대 토머스 제퍼슨은 공개석상에서 친구의 아내를 유혹해 말 썽을 빚었고 노예였던 미모의 샐리 헤밍스와의 관계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7대 앤드루 잭슨, 14대 프랭 클린 피어스, 18대 율리시스 그란트,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간통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추문이 가장 많았던 명문가는 케네디가(家)다. 35대 대통령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 렌, 리 레믹 등과 관계를 가졌다.

부인 재클린도 남편의 바람기에 복수로 응수했다. 55년 윌리엄 홀덴과 정사를 가진 재클린은 남편이 대통령 이 된 후에도 국방부 관리 로스웰 길패트릭과 사랑을 나눴다. 이런 것을 '홧김에 서방질?' 이라고 하던가.

또 故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아들 마이클 케네디는 자기 아이를 봐주던 14세 소녀와 성관계를 가져 조사를 받은 일이 있었다.

케네디가의 원조인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도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과 정사를 나눴다. 로버트와 에드워드 형 제도 각각 여배우, 여비서와의 성추문에 휘말려 곤욕 을 치렀다.

성추문으로 타블로이드 신문의 사냥감이 된 왕족으로는 퍼거슨 전 영국 왕자비가 있고, 현역 법무장관이 금발의 나체 미녀들과 함께 사우나를 즐기다 몰래 카메라에 찍혀 혼쭐이 난 사람으로 러시아의 발렌틴 코발 료프가 있다.

클린턴은 사상 가장 성추문이 많은 대통령으로 요즘 '모니카 르윈스키'라고하는 전 백악관 말단여직원과의 성추문 얘기가 세계를 떠들석하게 하여 저사람 닉슨대통령처럼 오래가지 못하겠다고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대통령인기가 80%대에 오르고있다니 미국이라는 나라가 섹스천국의 나라인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한다.

왜 이렇게 미국민들이 관대해 졌을까? 진정 이제 미국이라는 나라에 도덕이나 윤리나 양심은 말살된 것인 가? 요즘 IMF를 맞은 한국에는 미안하게도 미국은 경제흑자를 기록하고 주가가 상승하고 온 국민들이 등 따듯하고 배가 부르니까 관대해졌다고 해도 한가지 이유로 충분할 것 같다.

속된 우리 말로 사람은 '등때기 뜨습고 뱃때기 부르면 만사가 형통인 거여' 한다. 밥통이 비면 뵈는 게 없 다. 악만 남고 체면도 知的인 고상함도 모두 사라진다.

영혼의 밥통이 벼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요즘 세상엔 영혼에 게걸이 들려 허덕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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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atch 산책 13

' 뽀 꾸 리! '

- 이봉복 -

일본에 뽀꾸리 절이라는 별난 절(寺)이 있다고 한다. 몇년전 교오토에 세워졌다는 이 절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나 노환으로 고 통받는 이들이 찾아와 죽을때 병치레나 고통없이 죽도록 해달라고 기원하는 절이다. 뽀꾸리(ポツクリ)는 우리말로 치면 [꼴까닥 ] 이란 의미다. 이 절이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1년 새 절 신축비가 빠지고도 남을 만큼 참배객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는 거 다. 몇몇 복많은 노인들은 뽀꾸리 절에서 축원하던 사이 정말 그 자리서 꼴까닥 숨을 거둬 뽀꾸리 절 영험을 톡톡히 봤다고 한 다. 그러나 그들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산다. 뽀꾸리! 하고 죽기전까지는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어떤 일이 든 일을 하는 것이다.

삶 그 자체를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함으로써 경건하게 여기는 정신이 배어있다. 80 노인이 18년후 일본이 달나 라에 우주선을 띄워 올릴때 우주여행을 해보겠다고 무중력 유영 연습장에 비싼 강습료를 내고 다니는 것은 객기가 아닌 삶에 대한 도전의식이랄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 세상이 되니까 몇대째 가업으로 이어 오는, 6개월~1년동안 변질되지 않는 무첨가물 두부 제조기술을 인터넷에 선전, 세계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한다는 얘기나 책방에 노인용 인터넷 사용법 서적들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신기한 한담거리 차원을 넘어선 무서운 얘기다.

육체와 정신을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가 넘쳐나는건 젊은이들의 일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중으로 빨리 끝마쳐야 하는 일거리가 있을때 항상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부하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본 직장에서 의 사고방식이다. 바쁜 부하는 내일도 할 일이 태산같으므로 일을 내일로 미룰 수가 없다. 어떻게 하든 오늘 중으로 시간을 쪼 개거나 야간 근무를 연장해서라도 해내야 내일 일이 안바빠지기 때문에 틀림없이, 재빨리 그날 중으로 매듭지어 보고해 준다.

반대로 느려터진 할 일없는 친구에게 시간이 많으리라 믿고 일을 맡겼다가는 내일도 시간이 넘치고 넘친다는 생각때문에 미뤄 버리기 쉽다는 얘기다. 상식을 뛰어넘는 일본식 사고다.

IMF사태가 일어나기전 외국의 언론들로부터 임종직전이라고 까지 깎아내려져 혹평받고 있는 빈사상태의 한국경제를 놓고 대 통령이 [10% 경쟁력] 얘기를 하니까 당장 어느 재벌회사 간부가 "30%하자고 해도 1%가 될까 말까한데 도대체 10% 구호로 무 슨 정신무장을 시키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경제무책과 느려터진 기업, 근로자 생산성을 비판하는 소릴 했다는 얘기를 들 은 적이 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사람들이 덜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도층의 사고도 소극적이고 진폭이 좁다. 얼핏보기로 는 오히려 옛날보다 더 바쁘게 설치고 거창해진 것 같은데 우리들 미국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생활필수품들 조차도 [ MADE IN KOREA]를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한때는 老대통령에 老정치인에 老경제관료들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원성이 대단했었다. 사실 나라 전체가 뽀꾸리! 할 뻔했다.

우리 한인사회도 좀 더 젊고 싱싱하게 새봄과 함께 다같이 앞을 보고 바쁘게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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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atch 산책 14

' 준비된 죽음 '

- 이봉복 -

[북소리 둥둥 명을 재촉하는데 / 되돌아보니 해 기운다. / 황천에는 여관하나 없으니 / 이 밤은 뉘댁에서 쉴까.] 사육신 성삼문이 처형직전에 남긴 시라고 한다. 절명의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이승의 회한이 아니라 미지의 저승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죽음을 앞에 둔 인간들의 보편적 정서일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한 여인이 부처에게 와서 죽은 아들을 살려낼 방도를 물었다. 부처는 대답대신 사람이 하나도 죽은 일이 없는 집을 찾아서 겨자씨 한줌을 얻어 오라고 말했다. 여인은 부처의 말을 따르느라 헤매 다니면서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깨우쳤다고 한다.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무엇이든 죽음이 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육신은 소멸한다고 했다. 생명도, 죽음도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에 입성한다고 했다.
수년 전에 한국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라는 모임이 발족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72세였던 그 모임의 회장이 모임의 취지설명에서 말한 것이 생각난다.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은 곧 참된 삶의 교육] 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9일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우리 곁을 떠난 고 안상희 집사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 앞에서 진정한 인간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여년 가까이 우리 작은 마을에서 살아온 여인이다. 누구나 슬픔과 괴로움을 안당해 본 사람이 없겠으나 남달리 그는 이민초기에 모든 꿈이 박살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남편의 가출, 어린 삼남매는 주렁주렁, 죽음의 선고까지 내려진 질병의 고통, 아무도 그의 고통을 함께 할 수는 없었다.
그를 다시 소생케 하고 그에게 힘을 주고 강한 여인으로 어머니의 임무를 다하기까지에는 미국의 의학과 사회제도의 덕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러나 더 큰 원동력이 있었다면 그의 믿음 생활이었다. 믿음생활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눈물나는 노력과 인내가 없이는 진정한 경지를 찾을 수 없다. 원수를 사랑하고 한쪽 뺨을 내주어야 하는 그런 거...... 또 행복하게 가정살이를 해 나가는 이들, 또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살아야 되는 역겨움이 없었을까, 그는 또 죽음이 엄습함을 느끼면서 묘지를 준비하고 자녀들에게 장례를 치른 후에도 조문객들에게 식사 대접을 잘하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사랑하고 맺혀있는 모든 매듭을 다 풀고 죽음을 준비하고 두려움 없이 육신의 마지막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며 하나님께로 간 여인이다.

다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경아, 소은, 이환 가정에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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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atch 산책 15

홈리스 피플

이봉복 (편집고문)

사람이, 안식할 거처가 없다면 얼마나 불쌍한 사람일까.
가정은 지상의 낙원이라고 일컫는다. 사실 하루종일 시달리던 하루의 생활은 가정에서 모두 풀어야 또 내일을 설계할 수 있고 발전하는 삶을 살 것이다.
세계 많은 곳을 여행해 본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세계 어느 곳을 가봐도 미국처럼 좋은 곳은 없다고 한다. 초가삼간도 자기 집이면 편하다는 말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말 미국은, 그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유타주는 참으로 좋은 곳이다.
필자는 지금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을 거쳐 파라과이를 여행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우리 한인들 또 한인단체와 교회를 보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최종에 미국에 와 살기를 고대해서 살고 있다. 미국의 우리들보다는 돈도 많이 벌고 또 쉽게 살고는 있지만 국가적으로 문화가 뒤떨어지니 돈만 가지고 사람은 만족할 수 없는 듯하다.
돈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먹을 것으로만 만족하는 짐승과 조금도 다를 수 없다. 돈, 돈에만 너무 얽매이고 집착되는 삶이 결코 인생의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도 무질서하고 더럽혀진 도시며 낙후된 건물들이 마치 한국동란후의 우리 한국을 연상하게 한다.
해발이 낮은 지역이라 늘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단다. 유타에서는 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에 다시 감사를 느껴본다.
어쨌든 어디를 가나 우리 코리안의 밝은 모습은 우리 여행객들에게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많은 대접을 받으며 호텔, 모텔에 투숙을 하지만 내 집만 못한 불편함이 있다. 집보다 더 훨씬 좋은 자리련만 집생각, 교회생각, 우리 동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유타에도 여름이면 많이 늘어나는 홈리스 피플들이 생각난다. 가정이 없으면, 가정을 떠나면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딱한 일일까!
우리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작지만 봉사가 있다면 홈리스 피플을 위해 할 일은 없을까?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집 떠나 낙후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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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atch 산책 16

소도 넘는 판문점

이봉복 (편집고문)

지난 6월16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동생과 아들들을 데리고 남북 분단의 철벽과도 같은 판문점을 통해 소 500마리를 몰고 북으로 들어갔다.
민족상잔의 피와 한이 서린 남과 북의 정치적 교착점인 판문점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실향민들, 아니 어쩌면 6,25를 아는 이면 가슴이 찡함을 아니 느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의 방북이 성사된 데는 남북한 당국의 정치적이나 경제적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이번의 방북은 너무도 극적이 아닐 수 없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달란트(talent)에 대한 비유의 교훈을 주셨다. 여러 사람에게 씨앗의 신비가 담긴 달란트를 나누어주고는 그것을 가꾸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에게서 받은 달란트를 현상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몇배씩 늘린 사람만이 천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정회장은 북녘땅 강원도 통천에서 살다가 가난과 농사가 싫어서 18세때 아버지가 소 한마리를 팔아 준돈 70원을 가지고 서울로 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83세의 노인이 되어 아버지의 품을 떠난지 65년만에 70원을 가꾼 몫(?)으로 소 1000마리(1차 5백마리)와 옥수수 5만톤(트럭 100대분) 등 모두 137억원어치를 가지고 아버지의 땅으로 갔다.
그는 소를 팔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65년전에 헤어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충남 서산에 바다를 메운 간척지 땅에 서산목장을 만들고 소를 팔아주신 아버지를 늘 생각하며 한우를 길러왔다고 한다.
그는 또 온갖 시련을 이기고 열심히 살아 큰 기업을 이룩해 한국의 기간산업과 복지사업, 문화사업 등으로 국가에 크게 이바지하고 세계적인 재벌신화를 일구어 낸 대 사업가가 되었다.
이번 방북이 그의 탁월한 상술로 극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성경은 구하는 자만이 얻는다고 했다. 자기에게 주어졌던 그의 달란트를 열심히 가꾼 것의 보답이라면 당연히 판문점은 열려야 될 것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실향민들이 연도에서 '소도 넘는 판문점, 나는 언제나 고향을 가보나'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그들의 눈물을 씻겨줄 그날이 어서 속히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 유타 코리아나 | Wasatch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