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단상

북한의 속셈

정복헌
(유타주 평화통일자문위원)

주체사상이론을 정리하여 북한체제의 기초를 닦은 황장엽(黃長燁)씨를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북한의 실 정을 증언하면서 북한정권이 가지고 있는 통일방안에 관하여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고려연방제니 평화통 일이니 하는 말은 국제부서가 대외적 선전용으로 쓰는 것이고, 그들이 속으로 갖고있는 통일방법은 남한으로 쳐내려가서 무력으로 해방시키는 소위 무력적화통일이란다. 수많은 국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강한 군대를 고집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반하여 대한민국 정부에서 주장하는 통일방법은 반드시 [민주, 평화,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평화통일 인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접근방식은 평화통일이냐 무력통일이냐, 서로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면 북한은 어떻 게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 해답을 '6.25 전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이 강한 군대 를 가지고 있고, 소련과 중공이 지원을 약속했고, 이미 철수한 미군은 빨리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남한에 있는 남로당 등 북한동조세력이 봉기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승산이 있다고 오판을 하여 불법 남침을 감행하 였던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6.25때와 지금은 국제적 여건이 현격하게 다르지만 폐쇄사회인 그들은 첫째로 미군이 철수하고, 둘째로 남한의 친북세력이 봉기하며, 셋째로 전쟁발발시 유엔이나 미국이 참전하지 않도록 하면 승산이 있다고 망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가지 전제조건을 위해서 북한이 벌이고 있는 실례를 통일관계 서적이나 논문을 종합하여 나름대로 정 리해 보고자 한다.

남한에 주둔하고있는 육군 l개사단과 공군 l개 비행단의 미군병력만 철수하게 된다면 전쟁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기회 있는 대로 미군철수를 주장해 오고 있고 남한의 불순학생들을 사주하여 데모의 첫째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남한에 이미 많은 수의 고정간첩이 깔려 있고 공작요원들이 수시로 왕래하며 운동권, 반정부인사 등 친북세 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모든 분야에 친북세력이 위장침투되어 암약을 하고 있다. 전쟁시에는 이들이 봉기하여 각분야에서 전쟁을 도울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나 미국의 참전을 막기 위해서 세계각국에 교두보를 구축하고 북측의 무력침공이 정당하니 참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국제여론을 조종하는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6.25 남침 직전 1950년 초 일본에 [조총련]을 조직하여 전쟁중에 남한에서 파괴공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후 40년간 북한의 대남 해외공작활동의 전진기지로서 사용을 해왔는데 이제는 [제2의 조총련]을 미국에다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미주교포사회 안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조직으로는 범민족연합(범민련), 조국통일협의회(조통), 조미친선 연합, 전금여행사, 신한민보사, 고려종합무역 등이 있으나, 금년 l월 평양의 지령으로 조직된 [미주동포전국연 합]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주동포전국연합]은 이름 자체도 거부감이 덜 드는 단어로 만들어졌고, 미국 지역을 3분하며 서부, 중부, 동부의 지부를 만들어 놓았고, 그 책임자를 임명한 상태이다. 각 지부는 그 조직산 하에 세포조직을 만들어 친북한세력의 결집을 위해 공작을 하고 있다.

이들의 교포사회의 접근경향을 보면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한선교 등 비정치적 이슈를 제시하면서 재외동포 들이 친북단체 참여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항상 우호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가운데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이들이 북한을 동경하고, 지지하게 만들고, 이산가족의 입 북을 알선해 주고 있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선교내지 식량지원 등에까지도 위장침투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농구선수를 미주 프로팀에 보내는 등 체육, 문화활동도 서두르고 있다.

그들의 가장 쉬운 포섭대상은 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단체이다. 북한은 위장목사나 위장승려 등 위장종교지 도자를 침투시키는 방법도 쓰고 있다. 위장종교인을 일반교포가 가려내는 일은 어려운 것이다. KAL 폭파범 김현희씨가 스위스에 공작실습차 갔었을 때 시장에서 무심코 십자가 목걸이를 하나 사서 목에 걸었더니 동료 들이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당장 떼라고 욱박질렀을 때, 공작책임자는 십자가처럼 위장에 좋은 것은 없으니 그냥 달아도 좋다고 해서 달고 다녔었노라고 하는 증언을 직접 들은 바 있다. 종교인들은 거짓 선지자 를 구별하는 임무이외에 이제부터는 또 위장선지자를 가려내는 일까지 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6.25 휴전협정 싸인을 할 때 남한은 서명국에서 제외되었지만 북한은 유엔군과 직접 상대국으로 서명한 바 있다. 그 때부터 한반도에서 유일한 정권은 북한뿐이고 남한은 그저 괴뢰정권에 불과하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 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펴고 있다. 즉 미국과만 접촉하면서 한국과는 대화를 하 지 않고 북한에 그 정통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정책인 것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유엔이나 미국이 정통성이 있는 북한을 지원했으면 했지, 남한을 돕기 위해 참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복심이 깔려 있는 정책인 것이다. 지 금 하고있는 4자회담도 그걸 해야 미국의 원조를 더 많이, 더 빨리 받아낼 수단으로 남한을 상대해 주고 있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겉으로는 평화통일을 합네 하면서 뒤로는 무력통일을 위해 다방면으로 공작활동을 하고 있지만, 남 북통일은 결코 북한의 뜻대로 무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이루어 질 수도 없다. 해외동포들은 경각심 을 가지고 북한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볼 때, 북한의 당국과 선량한 북한주민을 구별하여야 한다. 폐쇄와 억압과 철저한 통제로 인 해 비참한 생활을 하는 북한주민은 우리가 도와야 한다. 심한 경제난과 불안정한 정치국면에 처한 북한당국은 머지않아 자체내의 충돌로 인하여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통일은 서두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감상적으로 접근해서는 더욱 곤란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통일을 위해 역량을 결집하고 독일통일에 따른 문제점을 연구하여 거기에서 지혜를 얻으며, 통일비용을 미리부터 비축하여 착실하게 통일을 준비해 나갈 때 성공적인 남북통일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동참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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