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치 산책

영안실을 박차고 나가자

요즈음 I-15를 고치느라고 여기저기 길을 막아 놔 길 가기가 겁이 난다. 그 동안 심한 교통체증없이 살아 온 우리 유타사람들도 이제는 좋은 시절 다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유타는 그 동안 더디게 발전해 왔으나 최근들어 동계올림픽 을 준비하느라고 그런지 길을 고치고 건물을 짓고 특히 주청뒤의 돌산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파리도 안 날아다니던 그 돌산에 하루종일 먼지를 피우고도 모자라 불을 밝히고 야간작업까지 해 대다니... 미국에서도 저런 일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 하여간 전혀 유타스럽지 않은 일들이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쪽으로 가보면 대규모 공장 들이 갈 때마다 하나씩 생겨나는 것 같다.

속이 쓰리다. 이럴 때 돈버는 사람들이 따로 있지? 나는 뭐하고 있나!!!

유타만큼 변화가 없는 지역도 드물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들로서는 어리둥절한 사이에 주변이 막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인 우리들은 미국인들보다 변화에 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유타의 한인들도 변해야 산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는 없어도 내년이나 아니면 몇 년후에라도 변화된 환경에 쉽게 또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희랍의 한 철학자는 "이 세상 만물이 다 변하고 있는데 오직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이는 모든 것이 변한 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작년 이맘때 생각과 지금 생각이 같으면 1년간 영안실에 있은 셈이다. [영안실]이라는 표현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 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영안실같이 변화가 없는 곳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영안실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변화에는 저항한다. 하지만,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다. 움직이지 않으 면 변화가 없고 변화하지 않으면 죽게된다.

외람된 의견일는지 모르겠지만 유타 코리아나를 발간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유타의 한인들이 대부분 쥐죽은 듯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고 대충 풍문으로 들은 것이 전부다. 글로 읽은 것도 전달 하다가 보면 자꾸 틀려지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소식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그 소식 읽으셨죠?"

"아니요, 아직이요..."

사는 것이 바빠서 유타 코리아나조차 읽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사실은 그 동안 읽을 것이 없었으며 또 읽지 않 아도 사는데 별 문제가 없었었기에 읽는 것이 생소해져서 읽지 않았던 것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유타의 한국사람들, 정보에 너무 게으르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동안은 정보없이도 그런대로 잘 살아 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고 정 확한 정보없이, 주류사회에 묻어서만 살아가기에는 힘들게 되었다. 혹자의 생각처럼 오늘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 늘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남들이 변화하기 위해서 일으키는 돌산의 먼지만 먹고 한숨만 쉬는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타 코리아나를 자세히 읽어 봐도 중요한 정보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것은 읽지도 않고 소식이 있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행사가 있어도 조용히 자기들끼리 치르고 만다. 남에게 알리고 남을 초대할 의사가 아예 없는 것처럼.

이제 폐쇄의 벽과 안이의 울타리를 허물고 침잠한 영안실에서 나가서 변화를 느끼고 같이 움직여 보자.

최소한 유타 코리아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이라도 훑어보자.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어느 날 정말 좋은 정보를 유타 코리아나에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세보

유타 코리아나